the king’s speech – tom hooper

톰 후퍼의 영화 국왕 연설 The King’s Speech는 영국의 조지 6세 이야기다.


말더듬증은 난처한 증상이자 고통이다. 왕자 버티에게는 치명적인 핸디캡이다. 전파를 통한 소식의 전달이 가능해진 20세기에 대중 연설은 군주제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기술이 되었기 때문이다. 박람회 폐회 연설에서 끔찍한 경험을 한 그는 의사를 찾지만 쉽지 않다. 그러다 만나게 된 호주 출신의 라이오넬 로그는 색다른 치료법을 제안하는 독특한 의사다.

배우들이 좋고, 연기가 훌륭하다. 헬레나 본햄 카터가 소탈하면서도 든든한 엘리자베스 역을, 마이클 갬본이 아버지 조지 5세 역을 맡았다. 조지 6세 역의 콜린 퍼스는 성급하지만 진중하고 조금 내성적이지만 강인한 왕을 그려낸다. 그와 우정을 나누는 로그 역의 제프리 러시는 장난스럽고 익살스러우면서도 당당하고 확신이 있다. 형 에드워드 8세가 왕좌를 버린 이야기는 잘 알려있으니 생략. :p

한편으로 마이 페어 레이디를 떠올리게도 되는데,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분은 역전되고 연애는 우정으로 대체된다.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인 상처와 억압을 극복하는 일이기도 하다. 조지 5세가 아들 버티에게 연설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장면도 즐겁고, 의외로 첫회를 거의 메운 관객들의 반응도 좋더라. 같은 시대를 다루는 코니 윌리스의 소설을 읽은 참이라 안개가 자욱한 런던의 거리나 모래주머니를 쌓은 지하철 대피시설도 눈에 들어왔다.

최근 영국 왕실 약혼식이 화제가 되기는 했지만, 21세기에 군주제를 대놓고 옹호하는 것은 시대착오. 어설픈 애국심이나 충성심에 기울지 않으면서 공감할 수 있는 서사를 선택한 것이 영화의 기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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