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ch – jeff vandermeer

제프 밴더미어 Jeff VanderMeer의 소설 핀치 Finch는 흥미롭다. 곰팡이 누아르 Fungal noir라는 리처드 K. 모건의 추천도 그렇고, 차이나타운, 벌거벗은 점심, 챈들러에 러브크래프트까지 언급하는 데야, 호기심이 동하지 않을 수 없다.

앰버그리스는 말 그대로 곰팡이가 핀 도시다. 20년 간의 내전을 겪은 도시를 지배하는 것은 버섯같은 그레이캡.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버섯과 곰팡이가 곳곳에 피어나는 도시의 잔해에서 형사 핀치는 살인사건을 맡는다. 정체불명의 사내와 허리가 잘린 그레이캡.

포자와 결합한 반편이 Partial들이 사진기 같은 눈으로 감시를 한다. 진균총을 휴대한 형사들의 책상에는 통신관 혹은 기억구, 살아있는 입같은 구멍이 있어 그레이캡 헤레틱과 보고서를 주고 받는다.

“때가 오면, 핀치, 알지?”
“물론, 와이트. 때가 오면.”
“무얼 해야할지 알거야.” 한때 깊고 거칠던 그 목소리는 핀치가 와이트를 처음 만난 후 변했다. 연약하고 매끄러워졌고, 가볍지만 진해졌다.
“무얼 할지 알거야.”
의식같은 대화다.

죽은 자의 머리에서 버섯처럼 핀 기억구를 먹는 것은 그 기억에서 단서를 찾는 수단이다. 무슨 까닭에선지 그레이캡은 인간 형사들에게 그 일을 시킨다. 반군을 지휘하는 푸른 옷의 여인은 라디오 방송을 했지만 그레이캡이 만들어낸 홍수 이후 반군의 활동은 뜸하다.

퇴락한 호텔 7층에 고양이와 사는 핀치는 그레이캡과 인간, 두개의 기억구를 삼키고 요새와 추락의 꿈을 꾼다. 수수께끼와 공포, 불신과 음모, 환영과 혼란. 단서는 위험으로 이어지고 편집증을 부추긴다. 미래를 잃어버린 도시에서 과거를 버린 형사 핀치는 연기할 역할을 소진해 간다.

이야기와 분위기가 들어맞아 끈끈한 자국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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