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페이스, 느껴질까 말까한 감각을 찾아서

줄서기에 경쟁마, 안테나로 화제가 되는 아이폰 4. 1세대 아이폰에서 옮기는 입장에서는 시원시원하다. 보기에 좋은 알루미늄은 미끄럽기도 했는데, 강화유리는 손에 붙는다. 싸늘함이 덜하다. 시동은 별 문제 없고, 설정을 잘 챙겨서 옮겨준다. 주소록, 메일, 앱과 음악. 통화기록과 화면 밝기까지. 비밀번호와 잠금은 제외했다. 되풀이할 필요가 없고, 다시 설정할지 모른다는 배려라면 세심도 하다. 스피커 소리가 커졌다. 알람으로는 아쉬울 데가 없다.

짧은 제품 주기를 가진 휴대전화는 유행상품이다. 디자인과 광고를 통한 이미지가 중요하다. 고장나거나 잃어버리거나 그저 싫증이 나는 수도 있다. 신제품을 한 해에도 몇가지나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투자/계획은 어렵다. 아니, 필요하지 않은 것이 아닐까? 심비안이나 윈도우모바일 등을 선택하고 비교적 작은 투자로 빨리 기획하고 내놓는 사업구조이기도 하다. 이런 면에서 WM, 안드로이드, 바다를 다 찔러보는 삼성의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말이 된다.

인터페이스라는 말은 100년이 좀 넘은 신생어다. 상이한 물질이나 공간이 만나는 접점을 가리키는 말에서 컴퓨터와 사용자가 접촉하는 도구나 프로그램을 가리키는 말로 널리 쓰이게 되었다.

여기에 스티브 잡스와 애플의 성공의 비밀이 숨어있다. 앵프라맹스일까. 3G 아이폰이 나왔을때 쓰다가 만 이야기를 읊어보자.

다이얼에서 터치톤, 단추를 누르는 전화로 넘어온 이래 전화의 인터페이스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TTY를 지원하기 위한 영문자와 *, # 두 단추. 음성 사서함이나 다른 기능이 추가되었지만 말이다. 통신 기술의 발전과 단말기의 성능이 향상되고 기능이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번호단추와 걸기/끊기 단추 그리고 상하좌우 커서를 옮기는 방향키나 스틱으로 다루는데는 한계가 있다. TTY기반의 인터페이스, 복잡한 단축키와 비슷한 단추들. 상하좌우와 선택/취소 키만 가지고는 케이블 TV 다루기도 힘들다. 새로 나오는 전화기는 더 많은 기능을 담았지만 쓰기 불편한 경우가 많다. 넘치는 구슬을 어떻게 꿰느냐 하는 문제다. 기능이 단순할 때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새로운 서비스와 개념이 소개되면서 기존의 인터페이스에 갇힌 상황이 답답해진다. 컴퓨터나 다른 ~를 일을 하는 도구, 작업대로서 쓰는 방법이 있다면 잘 만들어진 도구에 감탄하고 손맛을 즐기는 경우가 있다. 1차원적인 인터페이스랄까, 삽을 예로 들어보자. 쓰임새와 다루는 방법을 어떻게 제시할지 생각할 필요가 없다.

멀티터치가 가장 큰 변화지만 이 만큼 다양한 센서를 담은 플랫폼은 이전에 없었다. 입체적인 인터페이스, 반응하는 인터페이스, 쉬운 인터페이스는 일관적으로 만들기 어렵다. 하나나 둘을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면 일관성이 있다고 할까. 익숙하지 않은 물건을 설명서가 굳이 없어도 쓸 수 있다면 직관적이라고 해보자. 문화적인 기호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고, 오해도 많은 개념이긴 하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고, 중심이 되는 철학이 있어야 한다.

LG가 만드는 망막 디스플레이의 새 화면에 정밀한 폰트가 가장 눈에 띈다. 액정화면의 인공감은 남아있지만 글자는 인쇄물 부럽지 않다. 아이북을 설치하고 적지 않은 공짜책 몇 권을 받았다. 구텐베르그 프로젝트 만세!

인문학 Liberal Arts과 기술이 만나고 산업디자인을 이해하는 전략은 단숨에 따라하기 어렵다. 어디에서든지.

4 thoughts on “인터페이스, 느껴질까 말까한 감각을 찾아서

  1. 있는듯 없는듯 보일듯 말듯한 인터페이스.. 애플이 잘 하고 있는 일들 같아요.
    나 이런 인터페이스가 자랑임~ 이런거 말고..
    일단 써봐.. 느껴질꺼야……….. 라고 말하는… Mac OS X이 그랬고 아이폰이 그랬듯말이죠.
    대단한 애플 ㅠㅠ

  2. 가까이 가서 보지 않으면 모를 것들이 전체와 조화를 이루는게 묘하죠.

    대단한 모노님 😉

  3. 갑자기 너무나 작게 쪼그라져버린 1세대 아이폰의 ‘음량’ 때문에 천만년만에 한 번 올까말까한 전화를 몇 번 놓친 요 며칠… 스피커 소리가 커졌다는 ‘증언’이 최대의 뽐뿌가 될지는 몰랐습니다. 아, SSN도 없는 이방인으로서 이 난관을 어찌 넘어간다지요?

  4. 아이고, 뜻하지 않은 효과가 있었군요. 앞으로 천만년은 전화가 안오는겁니까? 😉
    현실적으로는 3GS를 저렴하게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 같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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