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생각한다 – 김용철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는 초재벌 삼성에서 드러나고, 삼성의 문제는 소유와 세습과정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세금을 피해 소유, 상속하고 의사결정의 책임은 지지않는 것이 지금의 삼성이다. 그 부담은 결국 전 국민이 지고 있다.

아들을 군대에 보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를 선거에서 떨어뜨렸던 게 1997년 대선이다. 최소한 공인에 대해서는 엄격한 도덕과 원칙을 적용하려는 문화가 있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2007년 대선 무렵에는 이런 문화가 씻은듯 사라졌다.

소속 집단에서 인정받기 위해 저지른 사회적 범죄가 무용담으로 통하는 사회. 공익을 위해 용기를 낸 내부고발자에게 더 가혹한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

한반도 대운하의 위험을 경고했던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김이태 연구원이 징계를 받았다. 또 국세청 내부 통신망에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던 김동일 과장이 파면당했다. 이는 부패와 비리를 보더라도 무조건 눈감으라는 신호나 다름없다.

검찰총장이 될뻔 했다가 고가 아파트, 해외 쇼핑, 스폰서 논란으로 낙마했던 천성관 후보에 대해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면세물품 관련 정보를 유출했다는 혐의로 관세청 직원은 검찰 내사를 받고 징계를 받았다. 판사들에게 이메일과 전화 등으로 압력을 넣었던 신영철은 여전히 대법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법기관이 다른 영역보다 유난히 더 썩은 게 아님에도’ 유독 강하게 비판하는 것은 수사와 사법처리를 담당하는 곳이 썩어버리면 다른 영역에서 일어난 자정 노력이 허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경고한다.

발렌베리, 밀레의 예는 삼성에게 대안의 길을 제시하려는 시도같다. 사기업 자신 뿐 아니라 국가와 사회를 아우르는 체제를 유지하려는 노력과 성의, 투명성과 질서를 확보하는 방안을 찾으려는 바다. 신뢰와 존경, 사랑은 거저 생겨나지 않는다.

발렌베리 가문이 지배하는 기업들은 모두 ‘독립 경영’이 원칙이다. 발렌베리 가문은 ‘인베스터AB’라는 지주회사를 통해 이 기업들을 지배하는데, 인베스터를 지배하는 것은 공익재단이다. 인베스터가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 이익을 공익재단으로 보내면, 재단은 수익금의 대부분을 스웨덴의 과학, 기술 발전을 위해 사용한다. 발렌베리 가문은 스웨덴에서 과학자, 공학자, 의학자의 든든한 후견인으로 통한다. 그 결과는 스웨덴 학문과 산업, 공공의료 전체에 혜택이 된다. ..
그러나 더 중요한 차이가 있다. 가문의 후계자를 고르는 방식과 기준이다. 발렌베리 가문의 지주회사인 인베스터를 경영하려면 조건이 있다. “부모 도움 없이 대학을 졸업하고 해외 유학을 마칠 것. 해군 장교로 복무할 것.” 이게 최소 조건이다. 이런 조건을 갖춘 이들끼리 경쟁을 벌여 후계자를 정한다. 이 경쟁은 몹시 치열해서 자살하는 사람이 나오기도 했다. 삼성 가문이 후계자를 정하는 방식, 기준과는 사뭇 다르다.

삼성 뿐 아니라 재벌들은 역사와 자랑 만큼 국가적인 지원과 국민의 성원을 받고 성장했다. 그런 사실을 외면하는 응석받이 아들처럼 이기적인 모습에 진심으로 응원을 하기는 어렵다.

대박과 부자 좋은 얘기다. 그러나 그것이 진실한 소원일까. 나는 일해서 먹고살고 싶다. 비바람 피하며 노력과 재능이 허락하는 만큼 안락하고 싶고 세상에 보탬도 가능하면 조금은 되고 싶다. 소박한 삶을 허용하는 사회는 아직 남아있을까?

2 thoughts on “삼성을 생각한다 – 김용철

  1. 저도 이 책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었죠.
    대체 이 나라는 어디부터 잘못되었을까…

    타임머신이 있다면.. 이승만 이전의 시대로 가서 바로 잡고 싶네요…

  2. 아직 타임머신이 준비가 안되었으니 어쩌죠?
    몇 사람이라도 더 투표하게 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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