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코리아 판타지 – 정희준

프레시안에서 발칙한 ‘어퍼컷’을 날리는 정희준이 우리나라 운동이야기를 책으로 냈다. 스포츠맨십, 페어플레이 하지만 가슴으로 전해지는 열기에 핏대올리는 현상은 국적불문. 역사가 말해주듯 운동은 정치적이다.

직접 달리거나 구경을 하거나, 경기는 사람들을 몰입하게 하고 흥분하게 한다. 남녀노소, 저마다 다른 삶의 조건을 넘어 함께 환호하고 탄식하는 짧은 순간. 매체의 발달과 인터넷으로 그 전파력은 대단하다. 스포츠 팬은 아니지만 이야기가 재미있다. 식민지, 군정에서 해방 이후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투지에 불타는 열혈의 한국인.

일제시대에서 해방, 군사독재에서 프로스포츠와 해외진출까지. 자전거대왕 엄복동, 콧수염이 멋진 장사 여운형 (사이트에는 불만), 신금단.. 탁구, 레슬링, 마라톤, 축구, 권투.. 사람들은 다양한 종목을 알게되고 즐기게 되었다.

80년대 군사정권은 프로스포츠를 소개하고 올림픽을 유치했다. ‘환경미화‘ 혹은 ‘도시미관’ 정책은 무자비한 재개발을 의미했다. 반년이 넘도록 장사지내지 못한 21세기 서울 용산 사람들의 억울함이 처음이 아닌거다.

어느 사회에나 영웅은 만들어지게 마련이지만, 우리나라처럼 유난히 스포츠 분야에서 영웅이 쏟아져 나오는 나라도 없다. 오래 전엔 손기정, 양정모, 김일 등 ‘흑백영웅’들을 숭배했는데, 이후 차범근, 현정화, 하형주, 김진호 등 ‘칼라영웅’들이 등장했고, 곧 이만기, 선동열, 허재 등의 ‘프로영웅’ 까지 나왔다. 2000년을 즈음해서는 박세리, 박찬호 등 ‘국위선양영웅’들이 등장하기까지 했다.

현대사회 스포츠 산업의 양대 기둥 ‘상업화’와 ‘민족주의’.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거대행사는 바로 상업주의와 민족주의라는 쌍발 엔진에 의해 세계 최대의 이벤트로 성장했다. 민족주의 코드는 여전히 동원효과가 뛰어나고, 상업주의 언론과 정치는 이를 아끼지 않는다.

2002년 월드컵의 드라마를 거리응원, 민족주의/국가주의, 반미공포의 극복으로 짚은 결론. “무엇보다 우리를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사는 사람들’로 만들었다는 데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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