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hegaala – steven brust

제갈라 스티븐 브루스트의 탈토스 연작물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주인공이다. 뻔뻔하고 닳았지만 원칙이 있고 거칠고 고집이 세며 말이 많고 솔직하기도 하다. 닥터로우의 말을 빌면 ‘호감가기 십상’이다.

성체가 저렉을 닮은 제갈라는 알에서 깨면 다양한 변태과정을 거친다. 한가지 모양에 머무르지 않고 갈피를 잡기 어렵다. 이동, 변신, 배신.. 복잡한 세상사, 나름의 이유를 짐작할 수도 있겠지만 꼭 납득하기는 어렵다.

여기서의 문제는 “흑”요술사들이 정말 그랬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그럴 수 있다고 이 여자가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 “어둠”과 “빛” 얘기, 제지소가 많이 떠오른다. 구린내가 난다는 얘기다. 흑도? 백도? 누가 그런 식으로 생각을 하나? 누가 세상을 흑백으로 보나? 상식이 있는 사람이 믿을 얘기가 아니다. 이건 만만한 사람들을 속일 거리다.
그게 바로 답 아닌가? 누군가가 사람들을 속이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여자를 보니, 그게 통한다.
그렇다면 왜? 그런 능력을 가진 집단이 있다는 믿음으로 누가 득을 보는가? 누군가가 엄청난 수고를 들여 새빨간 거짓말을 해넘겼으면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가문은 커다란 거짓말에 희생되었다.

드라기에라에는 용, 불사조, 저렉 등 특색있는 동물을 딴 17세가가 있다. 동방인으로 불리는 인간이 소수민족인 셈인데, 블라드 탈토스는 자객 혹은 청부업자다. 탐욕과 부패를 상징하는 저렉의 뒷골목 세계에 있던 탈토스는 아내 코티의 사건으로 그녀를 구하지만 헤어지고, 조직의 배신자로 쫓기는 몸이 되었다. Familiar를 뭐라고 하면 좋을까, ‘시종마’는 일본 게임에서 쓰는 말 같고 ‘친숙령’이라는 말은 좀 어색하다. 이죽거리지만 뜻이 통하고 신뢰할 수 있는 존재, 수호령 로요쉬와 투닥거리는 일이 탈토스의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다. 귀족들과도 친분을 쌓은 말많은 사고뭉치인 그가 도피를 핑계 삼아 모계의 친척을 찾아 동쪽 인간세상으로 향한다. 춘천댁 어머니 고향 찾아 강원도 가는 격이랄까. 제지소(와 거기서 나는 냄새)로 유명한 버즈에는 백작과 길드, 마녀 집회가 있다.

“.. 그저 과거의 일 몇 가지가 세월이 흐르면서 강조되고, 다른 일들이 묻혀버린거요. 농민들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덧붙이지.”
“그리고 당신은 그런 일을 나무라거나 고치려 하지 않고.”
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럴게요.”
“왜?”
“농민들을 알잖소.”
나는 최근에 만났던 테클라인을 떠올리고 말했다. “생각보다는. 그들이 어때서?”
“그들이 알기를, 세상 돌아가는 일을 이해할 필요가 없소. 안다고 그들의 삶이 더 행복해지지 않소.”
“좋소. 그게 통하나?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만들어 헷갈리게 하는 일이?”
“한 동안은.”
“그리고 나면?”
“운이 따르면, 그 전에 내가 뜰거요.”
“흠. 그럼 왜?”
“음?”
“당신이 얻는게 뭔가?”
“내 사람들을 돌봐줄 수 있지.”
“거짓말로?”
“가끔은. 그렇지 않았다면 쫓겨났을테고, 그들을 생각하지 않는 누군가가 있겠지.”

키 큰 드라기에라인들 사이에서 눈에 띄던 탈토스는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렇지 않을줄 알았다. 천만에. 작은 마을에는 비밀이 가득한 법. 같은 사람들 사이에서 더 큰 이질감과 맞닥뜨린다. 편의와 미신, 비밀과 음모, 의문 속에서 차포 떼고 헤매는 탈토스는 위기에 처하고, 함정에 빠진다. 탐정이 된 탈토스, 시골에서 큰 코 다치다. 시골 사람이라 꼭 순박한 것은 아니고 복잡한 음모에는 까닭이 있다, 아니 없을지도? 존재건 의식이건 헤어진 코티를 잊지 못하는 탈토스의 딜레마가 이야기 속에 배어 있다. 책장이 매끄럽게 넘어가지만, 전작 ‘써(Dzur)‘ 등 최근 이야기들 보다 한결 날카롭다.

여태 ‘브러스트’라 써왔는데 어찌보면 ‘브루스트’일지 모르겠다. 둘 다 표기법에서 벗어날 것 같지는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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