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ief history of the dead – kevin brockmeier

the brief history of the dead 살아있는 자와 그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자, 그리고 기억하는 이 없이 죽은 자. 그렇게 세 가지로 나누는 방법을 인용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james loewen – lies my teacher told me)

6장에서 풍선남(風船男 / baloon man :p) 이야기를 옮겨본다.

아이가 엄마와 뜰을 지나가다 잡고 있던 풍선을 놓쳤다. 풍선은 길가로 향해 떠올라 옆에 있는 주차장의 지붕을 넘었다. 그리고 옆으로 바람을 맞아 우리가 있는 미래 건물 쪽으로 흘러왔다. 발코니를 하나 둘 넘고 지나, 빨간 구형이 금새 커지고 있었다. 로라는 엄마의 팔을 잡아 당기며 이미 닿을 수 없는 곳으로 가버린 풍선을 찾으려는 소녀를 볼 수 있었다.
“저거 우리 쪽으로 올 것 같은데” 루카가 말했고 풍선은 건물 벽을 따라 고요한 공기와 마주쳤다. “있지, 내가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는 발코니 난간 너머로 몸을 기울였고, 로라는 숨을 멈췄다. 풍선이 솟아올랐을때, 그는 연어를 낚는 곰 마냥 손을 잽싸게 내저었다. 그리고 줄을 잡고 있었다.
로라는 풍선을, 그를, 그리고 다시 풍선을 쳐다보았다. “믿을 수 없어. 황금손을 지닌 남자에게 5불 되겠습니다.”
그는 뜰을 내려다 보았다. “아직 저기 있네, 가자고.” 그는 로라를 끌고 엘리베이터로 가서 단추를 눌렀다. 한 두 층 떨어져 있었는지 거의 동시에 종소리가 울렸다. 나직한 바람소리와함께 문이 여닫히고 로비로 내려가는 동안 루카는 폐문 단추를 누르고 있었다. 풍선은 천장을 떠돌았다. 지상으로 내려가자 그는 “빨리” 라고 말하곤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들은 문지기를 지나쳐 뜰로 향했다.
꼬마와 엄마는 가고 없었다. 한 남자가 치즈 부스러기를 개에게 먹이고, 앞니로 씨를 까듯 개는 깐깐하게 먹고 있었다. 십대들이 휴대용 라디오로 음악을 듣고 있었다.
“31번가로 향하고 있었어. 빨리, 이쪽이야.” 로라는 그를 따라 주차장을 지나는 층계를 내려갔다. 경마 얘기를 하는 노인들을 피해, 가로수와 비계 아래를 지나. 건널목에서 딸과 함께 신호를 기다리는 여자를 찾았다.
신호가 바뀌려는 순간 루카는 그들을 따라잡았다.
“실례해요” 그가 소녀에게 말했다. 뜀박질로 숨이 차 풀무처럼 입을 여닫으며 헐떡였다.
소녀가 풍선을 보고 “내 풍선!”이라고 말할 만큼의 순간. 엄마를 돌아보며 말했다. “내가 그랬죠! 남자가 베란다에서 잡았었다고, 그랬죠!”
“‘잡았다고'” 말을 고쳐준 엄마는 풍선을 건네 받고 말했다. “감사합니다. 정말 고마와요.”
그녀는 하얀 줄을 딸의 손목에 감고 매듭지었다. “앞으로 2주 동안 풍선 얘기만 들을 참이었답니다. 사라, 고마운 분에게 뭐라고 해야지?”
“처음 잡은 풍선인가요? 직업이 뭐예요? 이게 당신 일인가요?”
“감사합니다 해요, 사라.”
“감사합니다.”
녹색 신호등이 깜박이기 시작했다. “아, 무척 서두르던 중이랍니다. 죄송해서 어쩌죠. 감사드립니다.”
“고마와요, 풍선 아저씨” 소녀가 말했다. 로라는 앞으로 그렇게 기억할 것을, 언제나 그 이야기를 할 때 마다 그렇게 부를 것을 확신했다. 풍선 아저씨. 그녀와 루카는 신호가 바뀌는 순간 두 사람이 길을 건너고 그 앞으로 자동차 범퍼가 지나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책방과 낡은 영화관을 지나쳐 걸어갔다. 반디불 처럼 풀빛을 머금은 노란색 꼬마의 옷이 보행자들 사이로 깜박이고는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
그리고 루카가 한 말은 로라가 결코 잊을 수 없었다.
“있지, 내 인생에서 가장 좋은 일을 한 것 같아.”

언제부터였을까, 어린 시절 나는 드라마의 콩쥐같은 주인공을 참을 수 없었다. 산 넘어 산, 박복의 경지를 탐사하는 그 영웅들이 견디기 어려웠던지 다른 까닭이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런데, 남극에서 근근히 발걸음을 이어가는 로라의 운명도 참, 만만치 않다. (apsley cherry-garrard의 남극탐험기 the worst journey in the world 를 참조했다는데)

알수 없는 박동을 느끼며 저 도시로 온 사람(?)들.
기억의 저편과 이편. 삶과 죽음, 기억과 추억. 그것은 어색했던 순간과 서툴렀던 판단, 어눌한 침묵을 다 안을 수 있을까?

로라의 마지막 여정과 죽은 자들의 도시의 일상이 오고가며 결말에 대한 당신의 판단을 기다린다..

5 thoughts on “the brief history of the dead – kevin brockmeier

  1. 우하하. 저는 거의 한 달을 고민하다가 어젯밤에 픽션와이즈에서 구입하여 오늘 세 번째 이야기를 읽고 있는 중인데.

  2. Pingback: Make it go away or make it b...

  3. Pingback: bar none – tim lebbon « !wicked by eth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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