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의 길

장농면허를 들고 미국 고속도로에 얼떨떨했던 내게 선배님은 이렇게 말했다.
“길에 나왔으면 얼른 사라져야 하는거야.”

공터나 사유지가 아닌 길은 남들과 함께 쓰는 것이다. 불필요하게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라고 생각했다.

딱지도 떼여보고 사고도 겪어보고 그러다 보니 뭔가 묘하게 눈에 띄는 일들이 있다. 일반적인 현상인지 특이한 일화인지 모르지만 호기심을 나누어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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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diac – david fincher

1969년 미국 독립기념일 북부 캘리포니아 마을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일련의 범죄가 잇따르고, 자신을 조디악 zodiac이라 칭하는 편지가 샌프란시스코 신문사에 배달된다. 몇년에 걸쳐 이어지는 사건과 인물들. 수사관과 기자, 필적감정 전문가 그리고 서서히 변하는 샌프란시스코.

zodiac - paul avery, robert graysmith

암호로 씌어진 편지는 ‘가장 위험한 동물’인 인간을 죽이는 쾌감을 이야기한다. 방금 저지른 살인을 전화로 보고하는 대담함을 보이기까지 하는 정체불명의 범인. 캘리포니아 이곳저곳에서 일어난 사건들과 희생자들, 조디악의 소행인지 아닌지 분명하지 않은 사건과 단서, 증언으로 일종의 괴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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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s leben der anderen – florian henckel von donnersmarck

영어 제목은 the lives of others, 타인의 삶이다.

구 소련의 개방, 글라스노스트 이전 1984년 동독은 비밀경찰 슈타시 stasi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사심없고 헌신적인 첩보원 게르드 비슬러는 극작가 게오르그 드라이만을 감시하는 임무를 맡게된다. 모범적이고 명망있는 드라이만이 수사대상이 된 이유는 수사가 진행되면서 밝혀진다.

ulrich mü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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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블루스 – 이경호

30년 중앙 부서에서 공무원으로 일한 애환을 담은 ‘논픽션 소설’. 경제기획원,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를 거치는 동안 주인공은 국민연금, oecd 가입, imf 발발 등 변화를 겪는다.

작가는 공무원 사회의 비효율과 모순, 전시행정과 처우, 고시출신이 아니라는 차별을 직접 겪었다. 정부 기관 사이의 구조적인 문제, 구태의연한 행정에 대해서는 더 잘 이해할 수 없을지도. 자주 들어왔던 이야기, 참여 정부의 실무에 관한 무능력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고위직 공직자와 관련 기관, 기업의 부정한 고리는 지금도 여전한 문제로 남아있다.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곳으로 부르고 갈수 있는데, 주고 받는 것이 없을 수 있을까.

쇄신, 사정, 개혁, 혁신 그 쨍쨍했던 구호에도 불구하고 부정부패, 공직기강감찰, 아파트 시장, 입시와 농촌 생활은 여전하다.

이론적인 연구나 체계적인 분석은 아니고, 소설의 모양새를 빌렸지만 인물이나 사건을 그려내려는 의도는 없었던 것 같다. 솔직하고 직설적인 글로 경험있는 중앙 부서 공무원의 시각에서 보는 안타까움과 울분, 아쉬움과 희망이라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