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liam Gibson – Distrust That Particular Flavor

distrust that particular flavor SF 작가 윌리엄 깁슨의 에세이 Distrust That Particular Flavor는 200페이지 좀 넘는 가벼운 하드커버다. 뉴로맨서로 잘 알려져 있고, 트위터 계정 @GreatDismal이 활발한 그의 이름은 정치인 안철수를 통해 많이 알려졌다.

기술신봉자가 아니라 호기심 어린 눈으로 기술과 유행, 그 이면을 지켜보는 관찰자인 그는 차분하고 조심스럽다. 소설을 쓰는 근육과 다른 글을 쓰는 근육이 다르다는 얘기가 서문인 이 책에는 이런 저런 곳에 기고했던 글들이 실려있다.

좋은 번역의 품질에는 원전이 결코 담을 수 없는 뭔가가 있다.

제목은 H.G.웰스의 타임머신 신판을 위해 썼던 글에서 나온 것인데, 덜 똑똑하고 덜 진화한 사람들 탓에 자신의 이상처럼 펼쳐지지 않는 미래에 조급해 하고 분통을 터트리는 미래파의 어법에 대한 환멸이랄까. 단순하고 낙관적인 시각의 SF에 대한 얘기는 깁슨 자신의 소설관의 변화다. SF는 미래를 빌어 현재를 이야기하고, 깁슨은 케루악, 버로우즈, 밀러 등 다른 목소리들을 찾고 자신의 길을 찾은 셈이다.

열정적인 집착, 정보화 시대의 수집가, 물건보다 자료의 축적에 더 관심이 있는 오타쿠는 현재의 일본과 영국 문화의 자연스러운 혼합형태다. 영국 포토벨로 상인의 눈에서, 일본인 수집가의 눈에서 나는 살인적이고도 숭고한, 완벽하게 고요한 철도광의 광분을 본다. 오타쿠 상태를 이해한다는 것은 웹의 문화를 이해하는 열쇠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뭔가 국가를 넘어서는, 지정학을 넘어서는 심오한 의미가 있다. 원하든 않든, 포스트모던 세상에서 우리는 모두가 큐레이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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