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l Lightning – Cixin Liu

중국 SF작가 류츠신의 구상번개 Ball Lightning. 삼체보다 먼저 쓴 소설의 원문제목은 구상섬전 球状闪电.

“아들아, 멋진 인생을 사는 것은 어렵지 않다. 내 말을 들어보렴. 세계적인, 어려운 문제를 고르렴. 골드바흐의 추측이나 페르마의 정리처럼 종이와 연필이면 족한 문제, 아니면 우주의 기원 같이 그것도 필요없는 순수물리학 문제도 좋다. 그리고 그 연구에 평생을 바치는거다. 결과보다 과정에만 신경쓰고 몰두하다 보면 모르는 사이 인생이 다 지나갈게다. 그게 자리를 잡는다는 것이지. 아니면 정반대로 돈버는 일을 유일한 목표로 삼아. 돈벌면 무얼할지가 아니라 어떻게 돈을 벌지만 생각해. 그러다가 죽을때 금화더미를 껴안고 그랑데 영감처럼 ‘따뜻하구나…’하는거지. 멋진 인생의 핵심은 뭔가에 빠지는 것이다”

구상번개 사고로 부모를 잃은 주인공 첸은 그 신기한 현상의 비밀을 밝히는데 몰두한다. 과학을 도구로 미지의 존재를 쫓는 그는 현실과 지식의 한계 그리고 무관심에 처하지만, 하나둘 극복해 나간다. 연구를 위해 폭풍이 몰아치는 산꼭대기도 가고 실험적인 무기개발연구소도 가지만 알면 알수록 빙산의 일각. 벽에 부닥치고 실마리를 찾기를 거듭하는 가운데 만나는 린윤은 무기개발에 비상한 관심을 가진 엔지니어. 아름답고 젊은 장교에게 끌려들지만, 위험한 무기에 빠져있는 그의 이질감에 거리를 느끼기도 한다. 윤리문제에 신경쓰지 않고 지식을 찾는 물리학자 딩이가 수수께끼를 풀어내기 시작하고 연구는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작가가 1982년 목격한 구상번개의 기억에서 2003년에 쓴 소설이라, 이후 구상번개 자체에 대한 관측과 연구가 더 이루어졌으며 소설 속의 것과는 다르리라는 저자의 맺음말이 붙어있다. 과학기술은 양날의 검이라 사람을 편하게 돕는데 쓰이는가 하면 파괴와 전쟁에 쓰이기도 한다. 군사연구조직의 일환으로 시작한 인터넷이 물건을 사고팔고, 화상통화를 하는 무선인터넷으로 이어진 것을 보면 어느쪽인가를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하면 세상은 쓸모를 찾아내고 (Street finds its use), 처음에 상상하지 못한 결과도 흔히 나타난다. 하지만 노력과 선택, 고민의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윤리와 철학은 의미가 있지 않을까. 그저 연구를, 업무를 수행했을 뿐이라는 변명에 면죄부를 줄수는 없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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