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작가 잭 우맥 Jack Womack의 소설 무의미한 폭력의 마구잡이 행동들 Random Acts of Senseless Violence는 1995년에 출간되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회자되어 궁금했던 책은 근미래의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씌어졌다.

주인공 롤라 하트는 열두 살 소녀. 맨해튼에 살면서 사립학교를 다디던 롤라의 가정은 부자는 아니지만 행복하다. 아기인형을 안고 다니는 고집장이 동생과 섬세한 엄마, 영화 대본을 쓰는 아빠. 학교에서 말썽부리는 친구의 곤경을 염려하는 착한 롤라의 삶은 빠르게 변하는데, ‘앤’이라고 이름을 지은 일기장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된다.

커틀러 선생님은 오늘 아침 얘기할때 이상하게 굴었다. 마치 우리가 물기라도 할 것 처럼. ‘왜 그러세요’ 사무실을 나설 때 내가 물었다. ‘무슨 말이니’ ‘아무 것도 아니예요’ 그녀는 우리가 먼지나 뭐처럼 바라보았다. 화내지 않도록 말할 수가 없었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쩌면 내가 갑자기 너무 로리같아졌다고 생각하는 걸까.

이사를 하고 친구들을 잃고, 다른 친구들을 사귀면서 롤라는 세상을 다르게 보게 된다. 처지가 변하니 대우도 달라지고 거친 현실에 눈을 뜬다. 말과 생각처럼 문장이 변한다.

‘그렇지만 네가 모를 뿐야. 누구나 남들 보다 낫다고 생각해 아님 헌실 보다 비참하니까’ 이즈는 말을 고쳤다. ‘현실 말이야. 자 들어봐. 네 곁에 있으면 위즈가 하던 말이 뭔지 알게 돼. 나는 네가 그런 뜻이 없는걸 알지만, 그냥 그런거야.’

그리고 상황은 점점 나빠진다, 아주. 대통령의 암살을 비롯, 정치적 사회적 불안과 혼돈의 미래가 생생하게 그려졌다. 암울한 데가 있어서 어린 친구들에게 선뜻 권할 책은 아닐지도. 9/11이 일어나기 몇 년 전에 씌어진 소설이지만 경제침체와 정치적 무기력, 통제를 벗어난 도시의 삶을 묘사했기에 사람들의 현실에 와 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