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깁슨의 패턴 인식 Pattern Recognition이 나온지도 12년이 다 되었다. 블루 앤트/베이전드 3부작의 첫번째 소설인데, 9/11 다음 해 2002년의 런던, 동경, 모스크바를 오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주인공 케이스(케이시) 폴라드 Cayce Pollard는 일명 쿨 헌터, 유행이 될 추세를 미리 잡아내는 전문가다. 왜냐고 설명은 못하더라도 로고 디자인을 보면 예스/노 판단을 하는 직관을 가졌다.
CPU. 케이스 폴라드 유닛 Cayce Pollard Units. 데미언은 그가 입는 옷을 그렇게 불렀다. CPU는 흑백 아니면 회색이고 인간의 개입 없이 세상에 나온 것 처럼 보이는게 이상적이다.
사람들이 멈추지 않는 미니멀리즘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패션의 노심에 지나치게 노출된 부작용이다. 그리하여 그가 입을 수 있고 입을 것은 사정없이 줄어들었다. 문자 그대로 패션에 알러지가 있다. 1945년에서 2000년 사이 아무때나 대체로 아무 말 듣지 않고 입을 수 있는 것들만 견딜 수 있다. 디자인 없는 지대. 그 엄격함이 종종 추종자를 낳을까 두려운 1人 반대파.
후베르투스 베이전드 Hubertus Bigend는 덴마크 출신의 백만장자. 자신 만만하고 호기심 많은 그의 회사 블루 앤트가 일로 폴라드를 런던으로 부르고 이야기는 런던에서 시작한다.
케이스가 이제 깨닫는데, 사업에서도 베이전드는 서명하고 봉한 것 처럼 모든 계약을 처리한다. 당신이 서명하지 않았다면, 그는 마치 서명했지만 잊었던 것 처럼 느끼게 만든다.
그의 의지에는 안개처럼 형태가 없는 특성이 있다. 미약해서 거의 보이지 않게 당신 주위에 퍼진다. 그리고 신비스럽게 당신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자신을 발견한다.
인터넷 동호회에서 소문없이 열광하는 미지의 화면들. 어디서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모르는 이미지에 다양한 의견과 추측, 토론이 오고 간다. ‘바이럴’, 관심이 쏠리는 것에 베이전드가 제안을 하고 폴라드의 취미가 일이 되면서 숨은 그림 찾기가 시작된다. 술래잡기인가?
디자인 스쿨에서 포스트 사이버펑크 SF를 썼다면 이럴까 싶게 다양한 브랜드, 디자인, 잘 알려지지 않은 일화들로 넘쳐난다. 제목도 PR이니까? 애플 컴퓨터 아이북, 큐브나 G4 등 지나간 시간을 표시하는 물건들이 나오고 당시의 인터넷 기술로 이야기하는 한계가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아직도 통하는 얘기. 현재의 트렌드, 기술과 디자인, 돈과 심리 등을 이야기하는 근미래 소설에서 구체적인 언급을 피할 수는 없으니까.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지만 그 감각과 언어가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