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용병 포크너의 이윤전쟁 Market Forces를 썼던 리처드 모건 Richard K. Morgan의 근작 13은 영국에서는 Black Man이라는 제목으로 나왔다.
행복하지 않은 미래를 통해 현재를 조명하는 그의 시각은 여전하다. 22세기의 지구는 화성을 개척하고 미국은 근본주의를 신봉하는 공화국연합 Confederated Republic과 서방 식민권 Western Nations Colony Initiative 등으로 분열되었다. 매력과 특혜에도 불구하고 개척지는 험한 곳.
화성발 우주선에 문제가 생기고, 끔찍한 사건의 현장에 식민권 COLIN 수사관 세비 Segvi Ertekin가 파견된다. 수수께끼의 범인 메린 Allen Merrin을 찾아, 부모와 불화한 터키 회교도인 그녀와 형제 컴플렉스를 겪고 있는 상관 톰 노튼 Tom Norton이 ‘예수땅 Jesusland’ 플로리다 형무소에서 마셀리스를 빼내면서 숨은 그림 찾기가 시작된다.
줄기세포나 복제양 수준이 아니라 다양한(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경우도 있고) 유전학적 실험이 미래에 없으리라 자신할 수 있을까? 제13변종 13 variant은 그렇게 탄생한다.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토론하고 합의하는 현대인이 잃어버린 야성, 인류가 정착하여 농경을 시작하면서 외면과 부적응으로 사라져간 원초적인 수렵인, 원시인을 되살려 엄격한 통제 속에서 살육기계로 훈육한다.
남성성과 여성성의 대립으로도 비유되는 非인간 제13형의 삶은 순탄하지 않다. 운좋게 화성에서 로또맞아 돌아온 칼 마셀리스 Carl Marsalis는 UN에 고용된 청부업자/자객. 무자비한 손속에 참선수양을 한듯한 독백은 좌백의 등장인물을 연상하게 한다 😉 사회가 요구하고 선호하는 품성은 끊임없이 증명되지만, 종종 무시무시하다.
타고나느냐 교육하느냐(nature vs. nurture) 하는 이야기를 무시하기는 어렵지만, 칼로 쉽게 그을수 있을까. 마셀리스는 그 물음을 피하지 않고, 거듭 몸으로 고민한다. 역시 잘라 말할 수 없는 수단과 목적의 딜레마도 주제 가운데 하나다. 초인남/가부장, alpha male의 비극을 이야기하는 제프 노튼의 이야기, Virilicide도 흥미롭다.
“터키와 미국, 국가주의의 심리사회적인 유사성,” 야우즈가 거창하게 인용한다. “물론 그렇게 간단하지 않지만, 닮은 점이 많다. 얄팍한 문화적 토양에 뿌리내린 국가주의. 헌법상으로는 세속적인 사회지만 성깔있는 근본주의가 깔려있다. 도회와 시골사회의 문화적인 격차가 크다. 양쪽 다 신수학 New Math가 불편하고, 남성성의 자살을 막으려 삼엄한 마약법과 소망으로 애쓰고 있다. 유럽인들이 외부에서 간여하지 않았다면, 여기도 미국처럼 분열되었으리라는 것을 알잖나.”
알카트라즈에 경찰본부가 등장하는 미래, 샌프란시스코 인근이 실감나게 그려지는 데에는 경계서점 Borderlands Books의 덕이 크다고 머리말에 언급하고 있다. 영국 sf 뉴스 UK SF Book News의 인터뷰. Scifi Weekly의 서평은 영화같은 공식의 냄새를 지적한다. 베스터의 파괴된 사나이는 짐작할 만한데, 챈들러와의 비교라니. 간결함이 모건의 미덕은 아니잖은가 😉
스스로 한 일만 인정하고, 감내할 수 있는 일만 하게. 그게 전부라네, 더 없어.
추리/수사/느와르에 사회학/정신분석학과 미래 고강도 액션활극, 유럽/터키/남미/미국/해상자유선.. 층층 배어나는 속에 강렬한 등장인물들과 날카로운 통찰력. 책장이 무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