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yron’s novel : the evening land – john crowley

the evening landjohn crowley 의 신작, 저녁의 땅/바이런의 소설은 소설에 대한 소설이다.

낭만주의 시인 바이런이 쓴 소설을 발굴해나가는 이야기는 바이런과 그의 딸 ada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실제로 에이다는 배비지와의 교분이 두터웠고, 과학사에서의 그녀의 존재에 대한 재조명은 the difference engine 같은 소설에서도 다루어졌다. 그래서, vigenère 암호의 차용도 적절하게 들어맞는다.

스캔들로 말미암아 아버지와 교류하지 않고 자란 alex/smith 는 아마츄어 역사학자, 페미니즘 프로젝트를 도우려 영국으로 온 그녀의 손에 숫자로 덮인 수수께끼의 원고를 접하게 된다. 친절하지만 변덕스러워 보이는 georgiana 의 눈을 피해 동반자 thea 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실마리를 풀어간다.

가문의 불운 혹은 저주와 행복하지 않은 결혼, 별거와 함께 딸을 보지 못하고 타국에서 세상을 떠난 바이런의 생애를 다룬 자전적인 소설. 에이다가 만나지 못했던 아버지 바이런의 이야기는 알렉스와 그녀의 아버지의 이야기로 변주된다. 소설을 남기지 않았던 시인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흥미롭고, 원고와 함께 덧붙인 그 딸의 글로 이야기는 소통의 창이 되는 가능성을 찾는다.

장황한 수사가 나오지만 지금 읽기 부담스럽다기 보다 그 시대의 감흥이랄까, 맛을 더한다. 운명에 상처입은 영혼의 음성은 사적이고, 수신을 확신하지 못하는 편지와 그를 찾는 과정은 쓰는 희망과 읽는 행위 같달까.

소설가는 무엇보다 이야기꾼, 다른 목소리로 다른 삶을,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 일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해서 그 이전에도 많은 시도가 있었다는데, 왜 이 사람, 바이런일까? 역사와 소설, 공상과 가능성 그리고 이상. 그 삶과 인물의 매혹이 크로울리의 글에 살아있는지는 알지 못하나, 내게는 그럴듯 하게 보인다. 큰 바위 얼굴은 아니더라도, 그럴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을까.

sfweekly 에 크로울리와의 인터뷰가 있기도 하니 관심이 있으시다면.

안타깝지만, strongwomanstory.org 는 누군가가 깔고 앉은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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