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와 진리에서 태어나는 도시 – 떼오도르 폴 김

주거와 다양한 활동을 위한 도시는 문명사회의 생활형태. 대한민국 인구의 80% 이상이 도시에 거주한다.

언제나 건설과 재건축이 일어나는 우리의 도시는 밀집성에서나 콘크리트의 외양에서나 영화나 사진에서 보는 외국의 도시들과 무척 다르다. 단순한 기능이나 경제적인 이익을 넘어서 건강한 환경이나 미적인 고려, 안전과 역사적인 유산이 되는 도시는 사고와 진리를 통해서 가능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도시의 정의와 이론, 역사 그리고 예술성, 미학적 가치의 기준, 나아가 그 사회학적 주요인을 찾는 400여 페이지의 책. 편집도 깔끔하다. 이론적인 설명이 과하지 않고 예를 들어 평이하게 이어가는 전반부는 여행 같다.

도시는 행복한 삶을 주제로 만들어진 무대이므로 시민들의 삶이 멋지게 펼쳐야 한다. 초록의 나무 뒤에서 장엄하게 수백 년의 세월 동안 변함없는 모습을 선사하는 베를린돔 교회처럼, 거리를 걸으면서 평화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선사해야 한다. 자연과 건물이 서로 어울려 아름답고 훌륭한 무대의 도시가 되어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아름답고 풍요로운 삶을 연출할 수 있다.
아름다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도시를 걷길 원한다. 도시를 걷고 싶다는 것은 도시가 아름다워 애정을 느낀다는 것이다. 반대로 불안해서 오래 걸을 수 없다거나 밤 늦게 걸을 수 없다는 것은 위험 요소가 많다는 뜻이다. 애정을 느낄 수 있는 도시는 모든 장소와 시민이 깊은 상호관계가 형성되어 있다.

사고가 없고 진리를 멀리한 도시는 제멋대로 지어져 흉악하다. 우리의 도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소유와 투기를 위한 물건으로서의 집이 있는 장소인 도시는 역사를 간직하고 미래를 생각하는 곳이 되기 어렵다.

인간이 사는 집과 도시는 부동산 가치가 높은 상품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가족과 시민들의 삶이 기쁨, 슬픔, 환희, 엄숙함이 표출될 수 있는 장소로 만들어야 한다. 가정이 안전하게 보호되고 시민의 사회적 활동이 보장되는 장소가 되어야 가족들은 편안하고 사회는 늘 분쟁과 충돌이 아닌 중재와 화합만이 존재하게 된다.
시민권의 진정한 의미는 도시에서 살 권리가 보장됨을 의미한다. 그것은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을 자유롭고 평등하게 누릴 수 있는 권리이며, 이 권리가 잘 보장될수록 사회와 국가에 대한 믿음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도시는 각 지역마다 삶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시민들의 공동생활, 교육, 문화,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장소가 되어야 번창하고 발전한다. 도시는 역사, 문화, 민족이라는 세 요소의 가치가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이 세 요소를 직접 만들어가는 시민의 생존권을 담보로 정치적 타협, 위협, 속임수로 이용하면 안 된다.

‘점점 더 좋아지는 그림’이 좋은 비유다. 건축, 도시계획, 행정과 정책이 그러하여야 한다. 사람도 그러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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