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ok country – william gibson

오랜만에 윌리엄 깁슨 William Gibson의 책을 읽었다. 2007년에 나온 스푸크 컨트리 Spook Country, 유령 국가.

컬트 밴드 커퓨 the Curfew의 멤버였던 기고가 홀리스 헨리 Hollis Henry는 노드 Node라는 정체불명의 미발간 잡지의 청탁으로 L.A.에서 위치 미술 locative art을 탐사한다. 증강현실 augmented reality를 이용한 발상이랄까.

“정말 우리는 몰랐어. 그냥 끝난거야. 정확히 언제인지 모르지만, 본질적인 선에서 끊어져 버렸어. 고통스럽게 뻔했지. 그래서 그만둔거야.”

뉴욕에 사는 중국계 쿠바인 티토 Tito는 일종의 심부름꾼인데, 정보조직과 연이 닿은 가계가 하는 일은 비밀스럽다. 곡예처럼 도심을 넘나드는 프리러닝 free running도 하는 그가 묘사하는 아프리카 혼합종교 산테리아 Santeria는 흥미롭다.

여기 스페인 할렘 아파트 제단처럼, 제단은 길을 열어주는 이(엘레구아 Elegua)와 오션 Ochun에게 바쳐졌다. 이 한 쌍의 힘은 평형을 이루지도 쉬지도 않는다.
노예들은 고향의 신앙을 금지당했기에 천주교 성인으로 신들을 모셨다. 바발리예 Babalaye와 나사로 Lazarus처럼, 신마다 천주교 얼굴을 가졌다. 그리스도가 죽은 나사로를 일으켰듯이 바발리예의 춤은 사자의 춤 the Dance of the Walking Dead이었다. 그는 산 이시드로 San Isidro의 긴 밤에 느즈막하게, 시가를 피우고 홀린듯이 춤을 추는 후아나 Juana를 본 적이 있었다.

불법을 조장하는 Illegal Facilitator 티토를 쫓는 정보요원 브라운에게 잡혀있는 밀그림 Milgrim은 약물중독자. 볼라퓌크 암호를 풀어주는 대신 을 얻고, 브라운에게 맞지 않을 때는 훔친 코트에 들어있던 이교 역사서를 읽는다.

밀그림의 경험에 따르면 도시는 주민들의 얼굴을 통해서, 특히 아침 출근길에서 자신을 드러낸다. 가는 곳의 현실이 무엇이든 아직 마주하지 않은 얼굴들에서 기본적인 된장 지수 basic fuckedness index를 읽을 수 있었다.

세 화자를 이어주는 의문의 컨테이너, 그 비밀을 쥐고 있는 것이 수학천재 바비 촘보 Bobby Chombo. 21세기 사이버펑크는 현실에 무척 가깝다.

“바그다드?”
“2003년 3월부터 2004년 6월까지, 우리는 현금 120억불을 이라크로 보냈소. 6월 배송금은 임시 행정처로부터 임시 정부로의 권력 이양을 충당하기 위한 것이었지. 뉴욕 연방 준비 은행 역사상 최대의 현금 이체였다오.”
“누구 돈이었나요?” 그는 다른 질문을 생각해낼 수 없었다.
“거의 원유 매출에서 나오고, UN 결의안에 따라 연방 준비 은행이 보관 중이었던 이라크 기금이었지. 이라크 개발 기금. 미국같은 나라에서 평시, 최상의 조건에서도 10억불의 분배를 끝까지 추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오. 당시의 이라크 같은 상황에서 120억불을 감독한다? 그 돈 뭉치가 어디로 갔는지 지금 안다는 것은 말 그대로 불가능하오.”

인물이나 서사가 그의 장점은 아닌데, 미디어 그리고 기술의 파급효과에 대해서는 탁월하다. 작품의 생명력을 고려하면 이건 약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주류 스릴러는 아니니까. 전체보다 부분이 더 흥미롭기도 하지만, 느슨한 연계가 무의미하지는 않다. 9/11 이후의 미국은 21세기의 세상을 보는데 유용하고, 깁슨의 시각은 날카롭고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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