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왈츠 – 대니얼 j. 레비틴 / 장호연

this is your brain on music 샌프란시스코 출신의 대니얼 J.레비틴 Daniel Levitin의 경력은 독특하다. 음반제작, 음향엔지니어, 녹음엔지니어로 유명한 밴드와 가수들과 일했다. 뇌의 왈츠 This is Your Brain on Music 소개 가운데 ‘신경과학자가 된 락커’같은 표현이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교수이자 사업가인 아버지와 소설가인 어머니. MIT에서 전기공학을, 버클리음대에서 음악을 공부하다 그만두고 밴드를 전전했다. 30대에 학교로 돌아와 스탠포드에서 인지심리학/인지과학을 시작으로 오리건, 버클리, 스탠포드의대 등에서 석박사 및 연구를 이어갔다. 그외에도 코미디언, 자동차 정비기술자, 운전기사, 그래픽 디자이너, 컴퓨터 조작원, TV 수리공, 방문판매원 등등 다채로운 경력을 지녔다고 위키피디아는 전한다. :p

우리 모두는 전문적인 음악 청자로서, 비록 이유를 명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미묘하게 가려낼 줄 안다. 과학은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왜 좋아하는지에 대해 뭔가 말해준다.

레비츠는 음악, 뇌, 인식. 신경과학과 인지심리학을 통해 음악 감상과 감동의 얼개를 추적한다. 음색, 음량, 반향, 음높이, 박자, 조성, 화성 등 설명에서는 영어단어가 궁금해진다. (timbre, loudness, pitch, rhythm, key, harmony) 배운 기억이 나든 말든 어렵지 않게 설명해 나가며 다양한 예를 든다. 감각과 지각의 놀라운 능력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지각하는 실재는 세상과 똑같지는 않다. 언어를 배울 능력처럼 음악을 배울 능력을 타고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후천적으로 듣고 배우는 음악에서 지식의 축적을 통해 도식이 형성되며, 도식적 기대감과 변칙의 놀라움이 버무려진 것이 음악의 묘미라면 다른 예술에도 비슷한 설명이 가능하다.

안전함은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고르는 하나의 기준이다. 우리는 음악을 들을 때 어느 정도는 자신을 음악에 내맡긴다.
.. 우리는 그저 아무에게나 경계를 늦추고 자신의 정서적 보호막을 쉽사리 거두지 않는다. 음악가와 작곡가가 우리에게 안전하다는 확신을 줄 때 비로소 그렇게 한다. 우리는 상처 받기 쉬운 자신의 연약한 마음이 이용당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싶어한다. .. 이렇게 음악 앞에서 연약해지고 자신을 음악에 내맡기려는 경향은 지난 40년 동안 록 음악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자신의 연약함을 그렇게 드러내는 것은 아주 특이한 일이다.
.. 꼭 음악을 세세하게 분석하며 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른 나이에 우리는 자신이 속한 문화에 해당되는 음악 규범을 습득한다. 각자 미래에 무슨 음악을 좋아하고 싫어할지는 어린 시절에 음악을 들으며 형성한 인지 도식이 어떤 유형인가에 달려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어린 시절에 들었던 음악이 남은 삶 동안의 취향을 완전히 결정한다는 말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문화와 스타일의 음악을 접하거나 학습하며,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그들의 도식이 새롭게 정비된다. 요점은 우리가 어릴 때 접한 음악이 가장 중요한 밑바탕을 이루며 이후의 음악 이해의 기초가 된다는 점이다.

역자는 한때 웨이브 weiv 등에 평론을 쓰기도 했던 장호연이다. 사소한 실수가 간간이 눈에 띄지만 공들여 번역하고 낸 책이다. 저자가 예로 든 서양음악들 사이에서 우리나라 음악으로 비슷한 연구는 없을까, 어떤 예를 들 수 있을까 싶었는데, 역자가 몇몇 예를 들기도 한다.

한글판의 표지도 예쁘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강박’이 The Science of a Human Obsession 보다 근사하다. 음악과 뇌, 우리가 세상을 듣고 기억하고 느끼기까지 과학과 다양한 음악적 예로 들춰보는 흥미진진한 모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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