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화국 – 발레리 줄레조

valérie gelézeau 2004년 ‘한국의 아파트 연구’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던 논문을 다시 엮은 책. 번역티가 나지 않는 글이 자연스럽다.

1993년 처음 접한 아파트를 1996년부터 한강 양쪽 일곱개 단지를 대상으로 참여관찰과 비유도적 자유 인터뷰를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했다고 한다. 2004년과 2005년에 재조사를 거치기도 했다고.

서구인의 눈으로 관찰한 한국적 현상인 셈인데, 전문가가 아닌 눈에도 흥미로운 분석이 많다. 아파트에 대한 선호, 그 한국적인 현상을 이방인의 눈으로 보고 연구한 결과는 때로 신선하고 날카롭다. 우리에게 익숙해서 보이지 않는 것을 냉정한 호기심으로 다시 보는 기분이랄까.

흥미로운 지적이나 인용이 꽤 눈에 띄었는데..

한국의 현대화는 대부분 ‘두 가지 국민 도박’, 즉 저축과 자녀 교육이라는 도박에 기초한다 :p

임대에 상대되는 소유의 개념으로서의 아파트.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받는 것이 이윤의 원천이었던 아파트는 ‘중간계급 제조 공장’처럼 보인다. 아파트의 소유란 은연 중에 중간계급의 가치에 동의하게 되는 것인가?

프랑스 및 서구에서는 실패한 도시개발의 예로 부정적인 인상을 지니는 아파트가 한국에서는 선호되는 그 상반된 평가에 대해 다양한 시각으로 비교를 한다.

도시의 형태에는 그 어떤 필연성도 존재하지 않는다.(몇번 되풀이해서 강조) 도시는 살기 위한 것이며, 도시의 경관은 주민과 생활양식 사이에서 중요한 유기적 결합을 표현한다.

편리하고 현대적이고 가치있는(비싼) 아파트, 그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사람들은 60, 70년대의 단독/연립 주택과 지금의 아파트를 비교한다. 미국/서구적인 현대라고 여겨지지만, 실제로 생활양식은 아파트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한옥의 구성과 아파트의 구석구석을 대응시킬 수도 있을 정도. 다시 말해 우리의 아파트는 무척 한국적인 주거양식이 되었다.

장기적으로 대단지는 복잡한 관리와 유지 문제와 함께 비용이 더 높아진다. 일상적인 재개발은 서울, 대한민국에서 낯선 일이 아니지만 가까운 미래에 수명이 다하는 많은 아파트 단지들은 재개발과 더불어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과연 우리는 어떤 도시 형태와 사회 구조를 추구하고 있을까? 공개적인 논의와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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