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권력과 인문정신 – 이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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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으로부터의 자유’와 ‘자유로운 글쓰기’ – 프레시안

문화가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모든 것이라면 예술은 먹고 사는 생존의 문제가 해결된 후의 호사, 아니면 ‘잉여’일게다. 먹고 살 만한 나라, 사람들의 문제가 틀리지는 않아도 호사스럽게 느껴질 수 있고, 그런 경우가 예전에는 잦았다. 남의 일이 아니어도, 시대라는 말을 쓰기에는 가까운 과거가 그런 느낌을 줄 수도 있다.

참여정부는 출범 이후 ‘새예술정책’이라 할 수 있는 [예술의 힘](2004)과 ’21세기 새로운 문화의 비전’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창의한국](2004)을 내놓았다. 최근에는 [문화강국c-korea 2010](2005)이라는 제목의 정책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위에서 언급한 정책 보고서들은 공히 우리가 직면하게 될 21세기가 지식 기반 경제로 이행하는 과정에 있다는 전제 아래, 상상력과 창의성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미래의 성장 동력임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시각 속에서 예술 정책과 문화 정책의 비전을 도출하고 있는데, 흥미로운 부분은 문화산업의 성장 기조는 극대화시키면서도, 기초예술의 국가적 중요성을 환기시키면서 현장 예술계에 드리운 침체와 위기의식을 극복하기 위한 장기적인 정책 대안을 수립하기 위한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모든 국민이 창의적인 상태에 이르게 할 수 있는가. 이 물음 속에 21세기 지식 기반사회가 예술에 요구하는 새로운 사회적 역할이 있다.
한 국가가 보유한 가장 위대한 자원은 그 국민의 상상력이다. 상상력은 발명, 경제적 이익, 과학적 발견, 기술적 진보, 더 나은 행정, 직업, 공동체, 그리고 보다 안전한 사회에 자양분을 제공해 준다. 예술은 상상력의 중요한 트레이너이다. 예술은 우리가 번영을 이루는 데 필요한 읽고 쓰는 능력, 셈하는 능력, 과학과 테크놀로지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풍부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예술과 인문학의 창의적 힘은 민주주의를 강화한다. 문화와 민주주의는 인간의 특별한 능력인 상상력에 의존하고 있다. 상상력은 다양성, 시민적 공감, 공공성의 열쇠이다. 이런 의미에서 예술과 인문학은 시민사회에 창의성, 다양성, 상상력, 그리고 궁극적으로 자발성과 자유를 가져다주는 동력이자 열쇠라 할 수 있다. ([예술의 힘] 중에서)

나) 우리 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예술의 위기가 지닌 심각성은 예술이 서식할 수 있는 생태계 자체를 해체시켜 버릴 만큼 한계에 도달한 경제적 위기 자체도 문제이지만 이러한 위기가 예술의 가치를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사회적 인식이 장기적으로 누적된 결과라는 점이다.
문화예술인 실태조사(2003)에 따르면, 예술인의 87.6%가 예술 활동에 대한 경제적 보상이 낮다고 응답하였다. 1997년에 80.2%였던 응답률과 비교할 때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예술 활동에 대한 경제적 보상이 있는 경우라 할지라도 68.8%가 창작 관련 월 평균 수입이 100만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문인의 약 90%는 월 평균 수입이 50만 원에 불과한 실정이다.([창의한국] 중에서)

가)에서는 예술의 상상력과 창의성이 단지 예술이라는 장 내부의 문제에서 멈추지 않고, 실제로는 시민사회와 국가의 공공적 번영의 원천임을 진술하고 있다. 나)에서는 그러한 공공적 성격을 지난 예술이 현실에서 처해 있는 위기의 현황을 밝히고 있다. 위에서 간략하게 제시된 내용에 따르면, 오늘날 예술이 처해 있는 상황은 재앙과도 같다.
예술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은 즉각적으로 예술가의 생존의 위협을 의미하는 것이다. 실제로 기초예술에 종사하는 대다수 예술가들의 예술 활동은 지속적으로 위협받고 있다. 그것은 기초예술이 괴물적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자생적 기반을 갖기 어려운 측면과 함께, 정책적 지원이 예술가 집단 전체를 포괄할 만한 예산과 집행 범위를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정책 당국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예술 생태계의 보존과 생장을 위한 다양한 방책을 강구하고 있다. [예술의 힘]의 ‘창의적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항목에서 제시되고 있는 ‘기본 방향 및 역점 추진 과제’에는 향유자 중심의 예술 활동 강화, 예술의 창조성 증진, 예술의 자생력 신장, 열린 예술 행정 체계 구축이라는 네 가지 기본 방향이 제시되어 있다.
이러한 기본 방향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향유자 중심의 예술 활동 강화’가 우선적으로 제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예술의 공공성의 문제를, 예술적 향수 기회의 확대와 문화 민주주의의 고양에서 찾고 있는 사항이라고 판단된다. 예술의 창조성 증진과 자생력 신장은 예술 지원 정책 및 예술가 정책에 해당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예술 창작 활동 지원을 확대하면서, 매개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인프라 확대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문학의 경우, 2005년에 시행된 ‘힘내라! 한국문학’과 같은 특별 사업이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7장으로 나뉜 얇은 책은 더 많은 이야기를 한다. 위에 짧게 인용한 5장 ‘시장권력과 예술가 정책’만 하더라도 2003년 교통사고로 사망한 조각가 구본주 씨의 예로부터 근대예술에 있어서 시장과 국가, 생산자와 수용자에 관한 이야기를 넓게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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