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돈 (책, 인터넷 그리고 구글)

개중 선전하는 일본의 출판업계도 울상이다. 적자에도 불구하고 재치있는 온라인 활동을 보여온 뉴욕타임즈 역시 2010년 다시금 유료서비스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아마존의 킨들이 불을 지피고:p 구글책 스캔 프로젝트가 논란을 일으켰다. 국내는 어떤지 모르겠으나(예상 밖으로 조용하다) 이거 작지 않은 문제다. 먹고 살자는 문제, 그 수익구조 문제, 돈 문제 아닌가.

스트로스의 블로그도 의견을 구하고 있다. 곱씹어 생각할 거리를 주는 “돈 문제 (왜 구글은 내 친구가 아닌가)“를 사정없이 대충 옮겨본다.

The monetization paradox (or why Google is not my friend) – Charlie’s Diary

신문은 독자의 구독료로 돈을 벌지 않는다, (아시다시피) 광고로 수익을 낸다. 어쩌면 독자 개인은 발행비용의 10%도 부담하지 않을지도. (영국 기준이겠지만) 64페이지 신문에는 6만 단어 이상이 든다. 글쓰는데는 돈이 든다. 재촉을 하고 현장취재 대신 재활용을 시키더라도 하루에 다섯 꼭지 이상 쓰기는 어렵다. 그러면 글쓰는 사람 스무 명에 오탈자에 문법을 교정하고 확인하고 이래저래 편집자 열 명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조판, 인쇄 등등. 삼사십에 경영진이 최소, 현실적으로는 200 명 정도 들게다. 부당 반 파운드씩 연 330일을 백만부씩 낸다면 연 1억 8천만 파운드 쯤. 종이, 인쇄, 배포 비용은 계산에 넣기도 전이다.

상당수의 신문은 실제 기자와 편집자 수를 줄여 비용을 깎는다. 연합뉴스, AP, 로이터 등등 덕이다.

장부 상으로는 말이 된다. 기자 80%, 편집자 50% 줄이면 이 가상의 40인 신문사는 30명 줄여 연 90만 파운드를 절약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정신나간 짓이다. 결산에서 1,2% 아끼느라 독자를 엿먹이는 짓이다. 정기물을 살리는 것이 구독자요 그 숫자가 광고단가를 결정한다. 독자를 줄이는 수는 광고수익을 줄이고 인터넷 광고와 경쟁한다는 것은 재앙이 되기 쉽다.

인터넷의 부대효과로 공급자와 소비자가 중간단계 없이 직접 연결된다는 장점은 있다. 창고, 도매상, 배포단계나 현장영업 없이.

짜잔, 구글 입장이오. (예상하셨겠지요?)

구글의 수익은 첫째도 둘째도 광고다.

가장 편하고 찾기쉬운 창구가 되어 인터넷 내용에 광고를 붙이는 것이 구글의 사업모델이다. 내용이 좋을수록 더 좋으니 공짜 메일, 전자책, 블로그 배급 등등 서비스를 한다. 구글을 통한 인터넷의 내용은 다 돈벌이가 된다. 최종 사용자를 상대로 돈을 벌려는 사업자는 필연적으로 구글과 충돌한다. 유료사용자로 수를 제한하는가 對 구글의 다다익선인가.

공짜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웹에서 편리하게 찾는 것 좋다. 그러나 “정보는 자유를 원한다”는 말이 불편한 것은 그 “정보”와 “자유”의 정의에 따라 뜻이 다르기 때문이다. 1990년대와 비교하면 대역폭은 공짜나 다름없다. 그러나 정보는 다른 문제다. 정보가 다 같은 정보가 아니오, 취합과 창작의 비용은 비교할 수 없이 높다. 나는 책써서 먹고사는데, 한 권 쓰는 데는 6~12개월이 소요된다. 마술로 모든 정보가 자유로와지고/공짜가 되고, 출판,음반,영화 등 업계가 해체되면 그걸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 그래도 소설은 쓰겠지만 돈은 다른 일로 벌어야하고 책 쓸 시간은 줄어서 내 책을 다운로드할 일도 줄어들 것이다.

물론 구글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터, 구글의 누군가가 나를 고용해서 소설을 쓰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로 풀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한다. 먹고사는 문제와 독자에 다가가는 두 가지 목표가 달성되니 나로서는 매력적인 제안이다. SF/F 전업 작가는 1000 명 정도, 파트타임 작가도 그 정도다. 원칙적으로 구글은 현업 영문 소설가 전원을 먹여살릴 수 있다. (JK 롤링, 테리 프라쳇, 댄 브라운 등 스타작가가 아니라면) 꿈같은 얘기다. 구글은 계량할 수 있는 데이터로 움직인다. 부대비용 포함해서 자료원으로서 나는 바이트당 1센트 수준이다. 최악의 스팸 블로그(찔리는데!)나 노벨문학상 수상작, 거장의 관현악 연주가 구글의 광고 수익으로 보면 도토리 키재기라면 스팸 로봇 프로그램에 투자하는 편이 낫다. 전작은 이미 독자와 광고를 위해 보유중이다 (구글의 책 계약에서 탈퇴해서 얻는 것은 소송권 뿐이라 현실적으로 선택의 여지가 없다). 지금 절필하더라도 기존의 책들이 있고 단어당 5.5센트도 안된다. 그러니 광고주로서 내 수익성은 빵점이다. 구글은 망해가는 배포업계의 생산자들을 구원하지 않는다.

그러면?

구글에 싸움을 거는 루퍼트 머독의 위협을 응원할 생각은 없다. 시대에 뒤진 20세기 사업모델에 의존하면서 아서 C. 클락에게 미디어의 미래를 위한 조언을 구하던 거물의 몰락이라니. 배급된 정보를 받아먹는 추세를 되돌리고, 기자를 늘리고, 값있는 내용을 채우지 않는 한, 그의 정책은 돌아가지 않는다. 구글에 싸움을 건다는 것은 자신의 규칙대로 싸우지 않는 상대를 고른 셈이다. BBC는 공영이라 뉴스에 유료벽을 칠 수 없다. 재단이 운영하는 가디언의 목표는 좌파 뉴스 포털의 선두주자다. 사상으로 보나 현실로 보나 머독의 적수는 이들이다. 구글이 이런 정보원을 이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 머독은 고전할 것이다.

중략 :p

인쇄매체는 금세 사라지지 않을 것이지만, 늦어도 2020년 즈음이면 전자책이 페이퍼백을 잡아먹을 것이라 예상한다. 출판업 매출의 절반이다. 하드커버 수익이 높지만 사는 사람은 훨씬 적다. 7,8파운드 짜리 페이퍼백에서 저자가 얻는 것은 7-10%다. 전자책으로의 전환은 위기가 될 수 있다. 인세가 15-30%에 달하지만 애플과 경쟁업체의 앱스토어에서는 가격이 1.99불 수준이다. 아마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출판사의 배분은 높였지만 전자책은 기껏 9.99불, 하드커버 24불에 못 미친다. 저자의 인세가 줄고 출판사의 매출도 준다. 그리고, 홍보 쪽도 타격을 입는다.

또 생략 :p

後 구글 시대 글로 먹고 살려는 사람을 위한 사업모델은 무엇인가?

코리 닥터로우와 달리 강연은 피곤하고 여행하면서는 글을 못쓴다. 만화, 캐릭터, 게임 등 혼합 사업이 가능한 사람에게는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은 구글처럼 중간에서 이득을 보는 이가 없는 구독 모델이다. 어떻게 하면 1. 구글 2. 광대역 에 손해를 보지 않고 3. (고양이 흉내나 대본 등) 새 기술 배우지 않고 돈을 벌 수 있을까?

분석 기초 자료: 업계의 추산으로 팔린 책 한권을 읽는 사람은 넷이다. 내 독자들 상당수가 겹치는 것을 고려해 짐작하면 내 영문독자는 10만에서 20만 사이가 된다. 물론 그 만큼 책이 팔리지 않는다. 3000 명이 하드커버 보다 50% 비싼 중편 “미사일 격차“을 35불 주고 샀다. 골수 팬 규모로 간주할 수 있다. 질을 목표로 한다면 연 20만 단어를 쓸 수 있다. (잘 풀릴때 25-30만, 꼬일때 15만 단어) 평균 600-700 페이지 소설 한 권이나 300 페이지 두 권, 중편 여섯이다. 현재 영화/TV/만화로는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6 thoughts on “그놈의 돈 (책, 인터넷 그리고 구글)

  1. 사실 스트로스는 말도 잘 한다. 여행과 강연이 피곤하긴 하겠지만.

    경쟁을 의식해서인지 아마존이 인세를 올렸다. 단서조항이 붙기는 하지만.

    댓글이 넘쳐 잠그었는데, 흥미로운 지적도 많다. #100: 인터넷이 배포의 장벽은 무너뜨렸지만 창작은 그렇지 않다.

  2. 늦은 새해 인사부터 드립니다.
    2010년, 복된 한 해 되세요.
    아주 흥미롭게 여러 번 곱씹어가며 읽었습니다. 바뀐 유통의 개념이 창작의지를
    꺾을수야 없겠지만, 창작의 수고가 바이트 개념으로 정량화되는 현실이 못내 씁쓸하구만요.

  3. 저도 늦었지만 새해 인사드리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전 개인적으로 전자책에 대해서 아직도 조금 회의적입니다. 아마존이 킨들을 생각보다 잘 뽑아내서 맘이 흔들리기는 하지만 ‘책’의 주류는 어디까지나 기존의 책 일것 같습니다. 글쓴이의 페이퍼 백이 2020년에 전자책에 먹힐거라는 의견에 동의 하기가 힘드네요.

    과정이 험난하겠지만 결국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수익구조가 탄생할거라고 봅니다. 그렇기만을 기대하고 있는 중이구요. 구글은….힘들 것 같습니다. 당분간은 무적이라고 봅니다-_-;

  4. 진범님도 복 많이 받으세요.

    애플이 앱스토어에 이어 ‘북스토어’를 선보일거라는 소문도 있지 않습니까.
    페이퍼북이 하드커버보다 싼 책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제조와 유통에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전자책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겁니다. 그래서 홍보전략에서도 유리할지 모르죠, ‘신간 기념 ** 3부작 특별할인’ 같은 것 말입니다. 아이튠즈 같은 플랫폼이 가능할까 하는게 한가지 관건입니다. 복잡한 판권에 출판사, 배포권 문제가 음반보다 복잡하니까요.

    또 한가지는, 글꼴/폰트가 아닐까요. 특히 한글은.

    소장욕과 향수, 편의성을 보면 인쇄물이 금세 사라지지는 않을겁니다, 지금 20대가 책을 읽는 동안은 말이지요. 그게 언제까지일까요?

  5. 애플이 발표한 아이패드는 9.7인치(약 24cm) 화면에 1.5파운드(700그램 안팎). 300 페이지 정도 하드커버 무게와 지면 크기다. 10시간 가는 전지면 왠만한 국제선 여행을 버틸 만큼 괜찮다. 펭귄, 하퍼콜린스 등 메이저 출판사 다섯이 이미 합류한 아이북 스토어는 출판업계로서는 아마존과 비교해볼 만 한 대상이다. 책을 많이 사거나 보거나, 특히 해외 주문도 한다면 고려해볼 가치가 있을까.

    IPad Pricing Is an Issue for Print Publishers – NYTimes.com

    Reality check – Charlie’s 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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