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낯선 대한민국의 자화상 – 강준만

말죽거리에서 타워팰리스까지. 강남의 정의는 각기 다를수 있지만 저자는 방향없는 비난보다 한국 자본주의의 농축된 형태, 그 전형이자 엔진으로서의 고찰을 제안한다. 괜히 사람들끼리 미워하지 말자는 말이다.

아파트에 대한 선호는 한국적인 현상이며 강남의 역사는 부동산의 역사다.
남보다 더 많은 돈을 가진 것이 나쁜 것인가? 더 노력해서 더 많은 것을 가졌다고 비난할 수 있는가? 그러나 경제적, 교육적, 정치적인 집중은 건전하지 만은 않은 영향을 초래했다. 미적지근한 부동산 대책은 효과를 보지 못했으며 생산없는 부의 집중은 심해져만 간다. 학벌의 공고화, 그 위계질서에 따라 교육은 경쟁을 위한 ‘구별짓기’이며 인맥 만들기의 과정이다.

강남에 대한 논쟁은 서울, 그 가운데 일부 지역으로의 집중과 그 영향에 대한 얘기가 된다. 시초는 일제시대이나, 본격적으로 아파트가 지어지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정신없는 속도의 개발, 도시화와 함께 부와 인구의 집중이 초래되었다. 저자는 시대에 따라 그 변화와 이면을 짚어나간다. 경제, 사회, 문화적인 변천이 어떻게 지금의 강남을 낳았는지.

도시화와 집중은 부정적인 것 만은 아니다. 높은 교육수준과 기술의 보급, 열정적인 생활관이 그 영향이기도 하다. 민주화 과정에서 나타난 시민사회의 역동성도 밀집된 도시가 아니었으면 쉽지 않았을지도. 한 계단 더 오르기 위한 욕망과 노력이 발전과 변화의 원동력이라면, 지나치게 문을 걸어잠그고 벽을 높이 쌓는 것은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을지도 모른다.

인용된 책이나 기사에 흥미로운 자료가 많다. 발레리 줄레조의 2004년 논문 한국의 아파트 연구는 최근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책으로 엮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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